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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은 처음 봤을 때보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봤을 때 더 편하게 다가오는 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70세의 벤이 젊은 회사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이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세대 차이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재미있었고,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줄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고 다시 보니까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벤의 행동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별히 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게 주변 사람들이 벤을 편하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하면서 영화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① 벤은 처음부터 잘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벤이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물은 아닙니다. 자신이 예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계속 자랑하지도 않고, 젊은 직원들에게 무조건 자기 방식을 따라오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모르는 건 배우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하고, 주변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밉니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잘한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고, 괜히 뒤처지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벤은 굳이 앞에 나서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② 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신기한 일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을 엄청 잘하는 사람이 제일 대단해 보이는데,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일을 빨리 처리하고 실수가 거의 없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일할 때 괜히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대로 특별히 튀지는 않는데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벤이 딱 그런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자기가 돋보이려고 하지 않는데도 주변에서 먼저 믿기 시작합니다. 그 사람이 있으면 일이 조금 차분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오래 같이 일할 사람을 고르라면, 결국 이런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③ 벤은 상대방의 방식부터 인정한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건 벤이 무조건 옛날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빠르게 일하고, 회사 분위기도 자유롭고, 예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업무가 돌아가는데도 벤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배우면 된다는 식입니다.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수록 이게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내가 알고 있는 게 많아지니까요. 그러다 보면 새로운 방식을 보면 일단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벤은 반대였습니다. 자신의 경험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방식을 받아들입니다.
그게 벤이 편안해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④ 줄스를 보면서도 회사생활이 떠올랐다
반대로 줄스는 모든 걸 직접 확인하려는 사람입니다. 회사를 직접 만들었고 일에 대한 책임감도 강해서 그런지 작은 부분까지 신경 씁니다.
처음에는 조금 피곤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일을 직접 해보면서 다시 보니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내가 처음부터 만든 일이 커지면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맡기는 게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확인하면 마음이 놓이고, 내가 직접 처리하면 더 빨리 끝날 것 같고, 혹시 잘못될까 봐 또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너무 많은 일을 떠안게 됩니다.
줄스를 보면서 회사에서 책임을 많이 맡은 사람이 왜 예민해질 수 있는지도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⑤ 벤은 줄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지 않는다
제가 이 영화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벤이 줄스를 무조건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줄스가 힘들어한다고 해서 모든 답을 대신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더 많이 살아봤으니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굴지도 않습니다.
그냥 필요할 때 옆에 있어줍니다. 그리고 줄스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다려줍니다.
이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돕는다고 하면 뭔가를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옆에 있는 게 더 도움이 될 때도 있으니까요.
⑥ 일을 잘하는 것과 좋은 동료가 되는 건 조금 다르다
회사에서는 업무 성과를 중요하게 봅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일을 하러 왔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오래 일하다 보면 성과만 가지고 사람을 기억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 일 진짜 잘했지.” 라는 기억도 남지만,
“그 사람 있으면 이상하게 편했는데.” 라는 기억도 꽤 오래 남습니다.
벤은 두 번째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과시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벤을 찾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회사에서 생각보다 귀합니다.
⑦ 나도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장 크게 남은 생각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나도 회사에서 벤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실수를 안 하고, 일을 엄청 빠르게 처리하고, 누구보다 인정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주변 사람이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은 많이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결국 같이 일하는 시간은 굉장히 깁니다. 매일 보는 사람과 계속 긴장하면서 일하는 것보다, 믿을 수 있고 편한 사람과 일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물론 일은 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잘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이 나와 함께 일하기 편한지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마무리
인턴은 처음 보면 세대 차이를 다룬 따뜻한 영화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고 다시 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보입니다.
일을 오래 한 사람이 가진 경험이 얼마나 큰지, 반대로 새로운 환경을 배우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같이 일한다는 게 결국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벤은 특별히 큰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증명하려고 애쓰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주변 사람들이 그를 믿게 됩니다.
그게 참 부러운 모습이었습니다.
회사에서 꼭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힘들 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옆에 있어줄 수 있고, 내가 모르는 건 솔직하게 배우는 사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사람이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턴을 다시 보고 나니 예전처럼 벤의 나이만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도 좋지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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