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쇼생크 탈출은 예전에도 본 영화인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당연히 앤디의 탈출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감옥이라는 곳에서 몇 년에 걸쳐 아무도 모르게 준비를 하고 결국 밖으로 나가는 과정이 워낙 강렬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는 오히려 아주 조용한 장면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앤디가 교도관에게 서류 처리와 세금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앤디가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 장면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감옥 안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주변의 상황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① 앤디는 그냥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앤디를 보고 있으면 겉으로는 굉장히 조용합니다.
감옥에 들어온 뒤 매일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갑니다. 자신이 가진 회계 지식을 이용해서 교도관의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이 부분을 다시 보면서 저는 앤디가 단순히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당장 바꿀 수는 없더라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던 거죠.
사실 이런 모습이 현실에서도 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걸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회사도 그렇고 사람 관계도 그렇고 생각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으니까요.
그럴 때 앤디처럼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는 게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② 그런데 앤디가 마지막에 요구한 건 의외로 맥주였다
더 기억에 남았던 건 그 일의 대가로 앤디가 자신에게 뭔가 큰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동료들에게 맥주 세 병씩 달라고 합니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는 조금 웃겼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교도관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요구하는 게 맥주라니, 뭔가 너무 소박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장면을 보면 왜 그런 요구를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작업이 끝나기 전날, 사람들이 옥상에 한 줄로 앉아서 맥주를 마십니다.
그 장면이 참 이상했습니다.
감옥 안에서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 순간만큼은 자신들이 죄수가 아니라 그냥 일을 끝내고 쉬는 사람들이 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앤디가 사람들에게 준 건 어쩌면 맥주가 아니라 잠깐의 자유였던 것 같습니다.
③ 그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
저는 이 장면이 쇼생크 탈출에서 가장 따뜻한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음식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감옥에서 당장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잠깐 편하게 앉아 맥주를 마시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짧은 시간이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큰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아마 자유라는 게 꼭 멀리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와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 순간,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 해야 할 일을 끝내고 잠깐 쉬는 시간도 생각해보면 작은 자유일 수 있겠죠.
④ 예전에는 탈출이 가장 중요했는데
예전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앤디가 결국 탈출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탈출하기 전에도 앤디가 자신의 방식으로 자유를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도관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그 대가로 동료들에게 맥주를 가져다주게 만들고, 그 사람들이 함께 앉아 웃으며 시간을 보내게 만든 것.
아주 작은 일이지만 감옥이라는 공간에서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앤디는 처음부터 탈출만 바라보고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⑤ 나도 가끔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조금 엉뚱하게도 지금 내 생활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하루가 굉장히 빠르게 지나갑니다. 출근해서 일하고, 집에 오면 또 해야 할 일이 있고, 주말이 되면 밀린 일을 처리하다가 어느 순간 월요일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를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괜히 부러웠습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을까 싶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꼭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 행복한 게 아니라,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나 끝내고 마음 편하게 쉬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⑥ 그래서 쇼생크 탈출은 다시 봐도 좋은 영화다
쇼생크 탈출은 유명한 명작이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굳이 다시 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영화가 달라진 게 아니라 제가 보는 방식이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는 탈출이라는 결과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그 과정에 있는 작은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교도관의 세금 문제를 해결해주던 모습도 그렇고, 그 대가로 동료들에게 맥주를 세 병씩 가져다달라고 했던 것도 그렇고, 결국 작업이 끝나기 전날 사람들이 옥상에서 맥주를 마시던 장면도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장면인데 지금은 오히려 이런 장면들이 더 오래 남습니다.
특히 맥주를 마시던 순간에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그들은 감옥에 있었고 다음 날이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날만큼은 잠깐 편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게 저는 이 영화가 말하는 자유와 꽤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마무리
쇼생크 탈출을 다시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앤디가 감옥을 빠져나오는 마지막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교도관에게 서류와 세금 문제를 이야기하던 장면, 그리고 그 일의 대가로 동료들에게 맥주를 가져다주게 했던 장면이 더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작업이 끝나기 전날 사람들이 옥상에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던 모습을 보고는 한동안 화면을 그대로 보고 있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귀한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영화의 결말만 기억하는 것보다 중간에 지나가는 장면을 조금 더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쇼생크 탈출도 예전에는 앤디의 탈출 때문에 기억했던 영화였는데, 지금은 그가 탈출하기 전까지 어떤 식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는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영화는 그대로인데 내가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이 영화를 또 보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어떤 장면이 눈에 들어올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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